2월 18일
“이런, 젠장, 완전히 중세잖아.”
나는 소리쳤다. 그때까지만 해도 연대年代에 관하여 우리 시대가 갖고 있던 속물적 태도를 나 또한 가지고 있었던 터라, 과거의 시대를 매도하는 말을 한 것이다.…… 바필드는 내가 ‘연대에 관한 속물적 태도’라고 부르는 바 우리 시대에 통용되는 지적 풍토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와, ‘무엇이든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것은 불신의 근거가 된다’는 가정假定을 간단히 무너뜨렸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시대에 뒤떨어진 이유를 찾는 것이다. 반박되어 사라졌는가(그렇다면 누가 어디서 어떻게 결정적으로 사라졌는가), 아니면 단순히 유행이 사라지듯 사라졌는가? 만약 그냥 사라진 것이라면, 사라졌다는 그 사실만으로 참, 거짓을 판단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 세대 역시 ‘하나의 시대’로서, 다른 모든 시대들처럼 특유의 미망迷妄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되다. 그 미망은 그 세대에 갖고도 넓게 뿌리 박힌 가정들 속에 숨어 있기 쉬우므로, 아무도 감히 그것을 공격하지 못하며 변호할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둘째로, 바필드는 우리가 지금껏 견지해 온 입장이 만족스러운 인식론을 세우기에는 너무나도 편협한 것임을 납득시켰다.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우리는 ‘실제론자realists’였다. 즉 우리는 감각에 의해 드러나는 우주를 가장 근본적인 실제로 받아들였다. 그러면서도 의식意識의 현상에 대해서는 사실상 유신론 내지는 관념론의 관점에 해당하는 주장을 계속 펴고 있었다. 우리는 추상적인 사고야 말로(그 사고가 논리적인 법칙을 따르는 사고라면) 반박할 수 없는 진리를 제공하며, 우리의 도덕적 판단은 ‘타당하고’, 심미적 경험은 즐거울 뿐 아니라 ‘가치 있다’는 생각을 고수했다. <예기치 못한 기쁨> 12장 무기와 전우
'Q.T > C.S.루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가의 죄를 회개하는 데 따르는 치명적 유혹 (0) | 2019.07.10 |
---|---|
무례한 자들의 불평 (0) | 2019.07.10 |
완전한 회개자만 줄 수 있는 도움 (0) | 2019.07.09 |
회개란 무엇인가? (0) | 2019.07.09 |
살아계신 하나님께 다가서기 (0) | 2019.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