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이 회개, 즉 자발적으로 자신을 낮추며 일종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일은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도로 찾으시기 전에 먼저 요구하시는 사항이 아닐 뿐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면제해 줄 수 있는 일 또한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회개란 ‘하나님께 돌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는 하나의 표현법일 뿐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 “회개하지 않고 당신께 돌아가게 해 주소서”라고 구하는 것은 “당신께 돌아가지 않으면서도 돌아가게 해 주소서”라고 구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일은 당연히 일어날 수 없지요.
자, 그렇다면 우리는 반드시 회개를 거쳐야만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에게 회개의 필요성을 주는 그 악함이 동시에 우리를 회개할 수 없게 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이 도와주시면 회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대체 어떤 뜻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도우신다는 겁니까?
하나님이 우리를 도우신다는 것은 이를테면 그분 자신을 우리에게 조금 넣어 주신다는 뜻입니다. 그는 자신의 추론 능력을 우리에게 조금 빌려주셨고, 그래서 우리는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랑을 우리에게 조금 넣어 주셨고, 그래서 우리는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아이에게 처음 글쓰기를 가르칠 때, 아이의 손을 붙들고 함께 글자를 씁니다. 그러니까 그 글자가 쓰이는 것은 여러분이 그것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처럼 우리가 사랑하고 추론하는 것은 하나님이 사랑하시고 추론하시기 때문이며, 그가 우리 손을 붙들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순전한 기독교> 2장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믿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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